작성일 : 14-09-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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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rrah! 히든 챔피언
경영포인트
①식물성 향기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
②충남대ㆍ경북대 등과 산학협력
③향기관련 제품 생산 15년 외길
부산 사직운동장 부근에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이 있다. 지하 서고에 중요한 기록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도 그중 하나다. 국보인 이 실록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고문서를 비롯해 오래된 책들은 좀,곰팡이 등에 의해 피해를 입게 마련이다. 그러면 어떻게 관리할까. 식물 추출물에 의한 소독이다. 24시간 365일 상시 소독할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친환경 기록물 및 문화재 소독 시스템'에 넣어 훈증(燻蒸)도 실시한다. 이 장비는 서울 목동에 있는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대표 최영신)가 만든 것이다. 2001년 설치해 9년째 운영하고 있다.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유물들도 마찬가지다. 외교통상부,국립중앙도서관,국회도서관,국학진흥원,국사편찬위원회,육군본부,고려대 박물관,경기도 등에도 이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일본 장비에 의존해 온 기록물 보존 '독립'
2000년 이전에는 주로 일본 장비로 이런 일을 했다. 최영신 대표는 "수입 장비는 화학소독제인 메틸브로마이드 및 에틸렌옥사이드를 주로 썼는데,메틸브로마이드는 오존층 파괴 물질이어서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틸렌옥사이드는 위험물 취급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취급할 수 있고,이를 후처리하는 비용도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하지만 우리 시스템은 천연 향기를 사용해 환경오염이나 인체에 해가 없고 사후 처리 과정도 필요없어 경제적"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장비로는 처음 개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장비는 라벤더 오일과 유칼립투스 오일,티트리 오일 등 여러 가지 허브 정유(essential oil)를 조합해 소독에 가장 효과적인 약제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미스트는 1997년부터 개발에 나서 5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장비는 지식경제부로부터 2003년 NEP(신제품) 인증을 받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2009년에는 NET(신기술) 인증도 받았다. 바이오미스트는 최근 서울시로부터 '특허스타 기업'으로 선정됐다.
최 대표는 소독장비의 성능 향상을 위해 서울대 공대를 나와 기계연구원의 책임연구원과 도쿄사무소장 및 창업보육센터장을 지낸 박영조씨(66)를 기획실장으로 영입했다. 바이오미스트는 이 장비를 말레이시아 국립공과대학인 UiTM에 첫 수출했다. 코타키나발루 사바 캠퍼스에 있는 도서관에 납품한 것이다. 소형 장비지만 대당 가격은 7만달러에 달한다. 금액의 다과를 떠나 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 손으로 만든 친환경 소독장비의 수출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일본 · 이란 · 말레이시아 · 몽골서도 '관심'
이 장비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끊이지 않는다. 일본 국립공문서관의 다카야마 마사야 관장은 지난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기록문화전시회에서 바이오미스트 부스를 찾아와 장비를 유심히 살펴봤다. 불과 10년 전까지 한국은 일본 장비를 들여다 주요 기관에 설치했는데,이제는 일본의 국가기록문서 보관 최고책임자가 한국 제품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그에 앞서 지난 3월에는 이란 국립도서관 및 국가기록원의 알리아 크바르 아샤리 원장이 한국을 찾아와 미팅을 요청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의 국가기록원장도 이 장비에 관심을 나타냈다. 최 대표는 "일본 이란뿐 아니라 베트남 국가기록원,몽골 국가기록원 등 10여개국과 수출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오미스트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각종 전시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작년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전시회와 일본 요코하마 도서종합전에 출품했다. 오는 8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리는 국제도서관협회 총회의 부대행사인 도서관 관련 장비 전시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최 대표가 처음부터 향기 관련 사업을 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 향기 분야에선 서구에 비해 많이 뒤져 있었다. 그는 1987년부터 인천 남동공단에서 자동차부품 업체를 경영했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고 인력난이 겹치자 사업을 접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곳에서 향기 마케팅에 대해 알게 됐고,이 사업이면 한국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는 이민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1995년부터 향기 사업을 시작했다. 다양한 종류의 향기와 자동분사기 에어로졸 캔 등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관련 제품은 뉴질랜드에서 수입해 왔다.
초창기 이 사업은 순항했지만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계기로 다시 좌절을 겪었다. 경쟁 격화와 환율 급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수입 제품 국산화에 나섰다. 국내 편백나무 정유를 이용한 삼림욕향을 개발했다. 1999년부터 충남대 산학연연구관 안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식물 정유를 이용한 항균 및 방충 향기를 잇따라 개발했다.
◆고품격 호텔 만들어주는 향기도 개발
이때 국산화한 마케팅용 향기는 천연향을 매장에 분사해 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판매를 촉진시키는 향기다. 예컨대 백화점이나 호텔의 분위기를 더욱 품격있게 만들어주는 향기 등이다. 페퍼민트향,로즈마리향 등 각종 향을 용도에 맞게 섞어 100여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향기를 이용해 환자들을 안정시키고 치료를 돕는 아로마테라피용 향기와 천연살충제도 공급한다. 천연살충제는 국화의 일종으로 해충을 쫓거나 없애는 성분을 지닌 제충국을 활용한 제품이다.
경북대 및 전남대와 공동으로 동물용 천연항균 물질도 개발했다. 최 대표는 "항생제가 투여된 축산물에 대해 소비자들의 걱정이 많아지고 있어 항생제 대신 쓸 식물성 정유"라며 "2004년부터 농수산식품부 정책과제로 연구하고 있고,관련 특허도 획득했다"고 밝혔다. 동물용 천연항균 물질을 활용해 축사를 소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Cover Story] 태기전 한신공영 사장 "도심재생·뉴 스테이 등 신성장 분야에 적극 진출할 것"
최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획득했거나 출원한 지식재산권이 40여건에 이른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특허청장상과 산업자원부(지금의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2007년에는 기록관리 혁신 공로로 행정자치부 장관 표창을 받았으며,6년 연속 서울시 우수기업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노비즈(INNO-BIZ ·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및 수출유망 중소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아직 매출이 연간 35억원에 머무르고 있지만 수출이 활성화되면 3년 내 1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힘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각국의 국가기록원과 도서관에 납품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한 수출을 넘어서 인류의 문화유산을 한국의 친환경 기술로 보존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nhk@hankyung.com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0072527361?n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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